90년대 중후반은 국산 RPG의 전성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RPG 게임이 출시되었다. 일본식 JRPG와는 다른 한국식 게임은 학창 시절의 나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 주었다. 이번에 이야기할 게임은 길거리에서 산 게임 시디 고룡 전기 퍼시벌이다. 미리내 소프트에서 만들었고 이 전에 망국 전기를 너무 재밌게 했기 때문에 망국 전기와 같은 제작사 로고가 게임 실행하자마자 나와서 기대를 많이 했다.
게임 일러스트는 매우 훌륭하다. 이 게임을 할 당시의 내가 했던 게임들 중에서 가장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인간, 엘프, 드워프 등등 등장하는 게임 세계관도 나쁘지않지만 영화 반지의 제왕 이전이기 때문에 이런 종족들이 잘 이해가 되진 않는다. 물론 나중에 포가튼 사가를 하면서 대충 이해를 하긴 했다.
게임의 시작은 바람이라는 왕자의 생일부터 시작하는데 아버지는 생일에 부르더니 생일잔치는 참여할 수 없다 고 하면서 동굴을 다녀오라고 한다. 지금 봐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게임 그래픽이 깔끔하다. 그때 당시에 사운드 그래픽카드가 없어 음악 없이 게임을 했지만 지금에서 들어보는 게임음악도 훌륭하다.
물론 마을에서 나오는 축제 음악이 약간 당황스럽긴 하다.
게임은 주인공 혼자 시작한다. 동료는 총 5명을 얻게 되는데 그건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얻어도 되는 것이지만 이 게임은 맵에 대한 경계선이 불분명해서 시작하자마자 동료를 얻고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다른 RPG 게임과 큰 차이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 하나가 마법을 아이템처럼 사서 쓰는 것이다.(마나 소비는 한다.) 능력치에 따라서 마법 데미지가 바뀌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이템처럼 마법을 상점에서 구매하고 써야 하는 시스템이라서 돈이 없어서 마법을 못 사서 못쓰는 경우가 있고 있어도 마나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경험치 시스템이 특이한데 막타를 친 캐릭터만 경험치를 먹는 구조라서 동료가 5명 이어도 어느 순간 한두 명만 크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두 명을 키워서 던젼을 클리어하고 다음으로 넘어갔을 때 못 키운 캐릭터들은 더 강해진 몬스터들을 잡지 못하고 영원히 경험치를 먹지 못해서 레벨이 그대로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골고루 키우자니 그것도 힘들고 근데 클리어를 하려면 골고루 키워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조금 짜증 난다.
아마 익숙하지 않다면 시작하자마자 몇 번의 게임오버를 당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말이다. 전투와 별개로 월드맵에서 특이점이 있다면 위에서도 말했지만 각각 마을/던젼 사이 경계가 없는 부분이 있어서 잘못하면 스토리대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뒤에 스토리를 먼저 진행하고 이전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동료도 미리 얻고 진행도 가능하다. 근데 이렇게 진행하면 스토리가 뒤죽박죽이라 혼란스러울 수가 있다.
게임 난이도가 어렵다기보다는 이런 난해한 부분이 많아서 어색한 게임이다. 몇 가지 더 말하자면 장비나 마법에 데미지나 속성에 대한 설명이 전혀 나와 있지 않아서 플레이어가 직접 써보고 경험해봐야지만 뭐가 좋고 나쁜지를 알 수가 있다. 그렇지 않고 비싼 게 무조건 좋다고 쓰다가는 곤란하다. 그리고 독 같은 상태 이상일 경우 죽고 살아나도 그 독이 풀리지가 않는다. 대화창에도 독에 중독된 그 모습 그대로 나온다.
RPG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전투와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도 있겠지만 스토리를 보는 재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스토리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근데 내가 이 게임을 지금 와서 처음부터 하라고 하면 못할 거 같다. 어려운 것도 있고 막일을 할 자신도 없다. 고전 RPG를 하고 싶고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는 추천한다
오늘의 게임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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